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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 Garten 3. 안개 저편, 복도 본문

소설/Mist Garten

Mist Garten 3. 안개 저편, 복도

Bild&Füller 2017. 3. 3. 13:40


아이의 눈에는 그 모습이 참으로 처연하게 보였다.

남자는 무엇을 지키고 싶었던 걸까.

그토록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면서도, 아까까지의 두려워하던 기색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남자는 너덜너덜해진 두손으로 끝까지 무기를 붙잡고 제앞에 서있었다.

지키고 싶었던 건, 아이의 생명인가.

아니면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자신의 신념인가.




"......"




한동안 복도에는 발걸음 소리밖에 울리지않았다.

오로지 앞만 주시하며 비척비척- 힘겨운 걸음을 옮기던 남자는, 걷는 것을 멈추고는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왜....계속 따라와?"



남자를 따라 걸음을 멈춘 아이는, 그를 올려다보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절 지켜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 곁에 있을거예요. 무미건조하게 아이가 내뱉는 말을 듣고, 남자는 헛웃음을 쳤다.



"지금 내 몰골 안보여..? 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이야. 아까 그놈이 무슨변덕인지 우릴 공격하던걸 멈추고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분명 그 자리에서 몸이 아작나고 씹어 먹혔을 거였어. 죽었을거라고. 이런 내가 널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 내 몸 하나 제대로 간수도 못하는 내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개죽음 당하기 싫으면 빨리 다른 어른들이라도 찾아가. 이 건물만 벗어난다면 분명 누군가 널 도와줄테니.."



그러면서 발걸음을 돌리려 하는 남자의 손을, 갑작스레 달려든 아이가 자신의 작은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


"아니요, 전 아저씨랑 같이 갈거예요."


"..이거 놔, 너랑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잖아."


"그런 버림받은 얼굴 하고 계시면서, 억지로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뭐? 

아이의 말에 남자는 무심코 제 얼굴을 만져보았다. 

느껴지는건 그저 피부의 감촉이었지만, 남자는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잘못을 들킨 사람처럼 심장이 순간 두근거렸다.



"아저씨 지금 몰골, 어떻게 보이는 줄 알아요? 제발로 어딘가에 죽으러 가는 사람 같아요. 제가 가버리는 그 순간에 곧장 무너질 사람 같다구요.

눈으로는 끊임없이 가지 말아달라고, 곁에 있어달라고 말하고 있는 주제에, 겉으로는 절 밀어내면서 애써 강한 척 하는 모습을 보자니 진짜 꼴사납네요. 아까 그 모습하고 동일인물인지 의심될 정도야."


"너 이 새끼,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그럼 날 붙잡아-!!!!!"



아이를 내려다보며 이를 갈던 남자는, 다음 순간 아이가 별안간 크게 외친 말에 하던 말을 멈추고 멍한 표정이 되었다.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 말고, 나한테 매달려. 당신도 살고 싶잖아? 사실은 죽고 싶지 않은 거잖아. 울고불고 추하게 질질 짜면서도 그 괴물하고 용케 맞서 싸웠으면서, 왜 나한테 그깟 도움 하나 구하지 못해?"


"하...너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나본데, 도움이 필요한 쪽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아니, 착각하고 있는건 아저씨죠. 아직도 상황판단이 잘 안되시나봐요?"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아이는 지체없이 남자에게서 몸을 돌렸다. 어...남자는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제게서 떠나려는 아이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완전히 인지하기도 전에


-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작은 손을 강하게 꽉 붙잡는 남자의 손.



"......"


"...이것 봐요."



조물조물한 아이 특유의 부드러운 손의 감촉과 온기를 느끼고, 그제서야 남자는 표정이 무너져내렸다.

제 눈앞에 살아있는 생명. 저가 지켜낸 온기. 금세 터져나온 눈물들이 주르륵 흘러내려서 바닥에 떨어졌다.

살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는 것이 두려운 것도 아니었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 생과 사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바로잡는 것보다 더욱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가치.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소중한 무게를 지닌, 자신을 움직이는 전제.

예를 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아이와도 같은..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이제 누군가가 죽는 것따윈 보고 싶지 않아.

남자는 고개 숙인 자신의 얼굴을 두손으로 가렸다. 

내가 죽는 건 상관없어. 단지..이제...이제 더는 그때처럼, 내 눈앞에서 누군가의 생명이 끊어지는 걸 보는 것은...



"난 당신을 도와줄 수 있어."



그런 걸 한번이라도 더 봤다간....더 이상은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되버릴 것 같아서.

그 순간 저 안개 속을 방황하는 괴물들과 별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 같다는 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손을 붙잡지도 못하고.

차라리 지금 죽어버리면, 그것도 딱히 나쁘지는 않을텐데-

귓가에 자꾸만 속삭이는 절망. 눈앞으로 가려지는 까만 안개. 그것을 누군가가 헤치고 들어와 자신의 손을 덥썩 붙잡는다.




"난, 절대 죽지 않을테니까."




알아들어? 그 미련한 머리통에 똑똑히 잘 저장해두라고요. 난 절대 죽지 않아. 그러니까 아저씨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아이는 손을 잡아당겨 제 눈높이에 맞게 남자를 앉혔다. 그리고 저보다 몇배는 큰 남자의 몸을 팔을 뻗어 꼬옥 끌어안았다.

아이의 품안에 안긴 남자는 멍한 표정으로 있더니, 이내 어린애마냥 울었다. 한심한 꼴로 아이를 붙잡으며, 슬픈 목소리로 하염없이 오랜시간동안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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